금감원 "투자상품에 밸류업 단어 쓰지마"…업계는 '답답'

입력 2024-03-26 17:14   수정 2024-03-26 17:23


금융감독당국이 금융투자상품명에 '밸류업'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고 자산운용업계에 공식 요구했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추진 중인 자체 밸류업 지수가 나오기 전까지 공모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밸류업 프로그램과 엮어 팔지 말라는 경고다.

26일 금감원은 "자산운용사는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우수기업과 코리아 밸류업 지수 등이 확정되지 않은 와중 펀드 명칭, 투자전략 및 펀드 홍보 등에 '밸류업' 문구를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자산운용업계에선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펀드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여럿 일었다. 이른바 '저 PBR주'나 ROE 상승이 예상되는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신규 펀드 이름에 '밸류업'을 포함하려는 식이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KoAct 배당성장 액티브 ETF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 기업에 투자하는 ETF'라는 문구를 활용했다. 신한자산운용은 기존에 운용하던 ‘신한 좋은아침 펀더멘탈 인덱스 펀드’의 명칭을 ‘신한 밸류업 펀더멘탈 인덱스 펀드’로 변경하려고 시도하다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금감원은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크게 세 가지를 우려하고 있댜. 첫번째는 투자자 피해다. '밸류업 수혜'를 표방하는 펀드라 투자했지만, 정작 펀드가 편입한 기업이 밸류업 지수엔 들어가지 않는 등 예상하지 못한 사유로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밸류업 지수가 확정되지 않은 와중 자산운용사가 펀드 이름에 밸류업 명칭을 사용하면 투자자가 해당 펀드를 정부 정책에 따른 밸류업ETF 등으로 오인하게 할 수 있다"며 "이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는 일"이라고 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테마화(化)'도 금융감독당국의 걱정거리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체가 정해지기도 전에 투자 테마로 변질되면 증시의 혼란만 키울 수 있어서다. 이때문에 정책 효과가 저하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밸류업 지수를 공개하기도 전에 너도나도 관련 상품을 내놓을 경우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 등엔 그만큼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적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등은 이미 지난달부터 신규 상품명에 밸류업을 쓰지 않도록 ‘창구 지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가치 업’ 등 밸류업을 연상하게 하는 단어조차 쓰지 말라는 분위기였다"라고 했다. ETF 사업자는 금감원이 신규 상품 제안서를 심사한 뒤 승인을 내줘야 한국거래소에 ETF 상장 신청을 할 수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오는 9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출시하고 연내 사업자들이 이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출시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밸류업 문구의 오·남용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펀드신고서 심사와 운용업계 지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금투업계는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자산운용사 일부는 올초 금융위원회의 신년 업무계획 보고 직후부터 관련 ETF 출시를 준비해왔다.

한 자산운용사 ETF 관계자는 "업계 일각에선 밸류업 지수가 상반기 중 마련될 것으로 예상해 수개월 내에 관련 ETF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며 "밸류업 세부방안과 가이드라인 등이 오는 5월 이후에야 마련될 예정이라 신규 상장 ETF가 밸류업 이름을 쓰려면 연말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장 관심이 높을 때 상품을 출시해야 효과가 있을 텐데 언제까지 기다려야하는 지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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